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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위노그라드(Terry Winograd, 1946~)는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던 ‘구글의 시작’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박사학위 논문 주제에 대해 고민하던 래리 페이지가 당시 그의 지도교수였던 테리 위노그라드를 찾아왔습니다.
“래리 페이지는 매우 크게 생각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빨리 얻기 위해 모든 검색 결과에 등급을 매겨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게 자문을 구했어요. 당시로서는 정말 황당하고 엉뚱한 생각이었죠."
<1990년대 초기의 검색 엔진 야후(Yahoo)와 알타비스타(Altavista)>
1990년대 중반, 가장 인기 있던 검색엔진은 키워드를 수집하여 링크된 다른 사이트를 단순히 보여주는 알타비스타(AltaVista)였습니다. 알타비스타 이전에는 ‘검색엔진’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습니다. 사람들은 야후의 디렉터리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마치 사설탐정처럼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헤매야 했으니까요.
알타비스타는 지금과 비슷한 검색엔진 임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기존 검색 방식보다 무려 100배나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획기적인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키워드 추출 방법에 따라 결과를 링크하는 기능만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죠. 사용자들은 알타비스타로 검색한 후에, 유용한 정보를 찾아 또다시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구글 제국, 빨간색 부분이 구글을 주로 사용하는 나라들이다. 출처 : voanews>
간단히 말하면, 래리 페이지는 신뢰도가 높은 고급 정보일수록 검색 결과의 상위에 위치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고 무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리 위노그라드 교수는 래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그럴듯한 발상임에 공감했습니다.
물론 그 순간이 훗날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제국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임을 래리 페이지도, 테리 위노그라드 교수도 그때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 제국의 탄생
돌이켜보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힘도 일상의 작은 ‘관찰과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귀족들의 사치품에 머물러 있던 자동차를 대중의 품에 안긴 포드의 ‘모델T’도 소년 헨리 포드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으며, 애플의 스마트폰도 완전히 새로운 발명은 아니었지요.
구글의 시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변색된 검색엔진을 본질에 맞게 개선하려는 래리 페이지의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인터넷 공룡, 구글을 있게 만든 혁신의 시작이었습니다.
새로운 검색엔진의 개발은 Larry Page의 이름을 딴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막상 시작해보니 랭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었어요. 하지만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가진 친구 세르게이의 도움으로 둘은 어려운 난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출처 : searchengineland.com>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두 가지의 핵심적이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1. 웹상에서의 링크는 마치 투표와도 같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링크가 많이 되어있는 웹 페이지는 그만큼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하죠.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어요.
2. 링크를 건 웹사이트의 명성에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뉴욕 타임스>처럼 권위 있는 언론사 사이트에 링크가 되어 있다면 일반 웹페이지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출처 : abramkj.com>
그들이 생각하는 검색엔진을 만드는 것은 인터넷에 있는 거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해야 하는 대단히 방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새벽 5시까지 연구하는 열정으로, 스탠퍼드의 두 천재는 마침내 중요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포탈 업체들이 검색엔진을 극히 단순한 서비스의 일부로 생각하여, 관련성도 떨어지고 중요하지도 않은 웹페이지를 잔뜩 보여주었던 것과는 확실히 차별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스마트한 검색엔진에 적합한 이름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에 있는 무수히 많은 웹 페이지를 모두 다 검색하겠다는 의미로 10의 100제곱을 일컫는 ‘구골(Googol)’로 부르기로 했어요. 하지만 불행히도 구골은 이미 다른 곳에서 등록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이름을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스펠링의 착오로 탄생한 ‘구글(Google)’이 묘하게 매력적인 이름이라는 것에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각자의 기숙사는 자체 제작한 컴퓨터 네트워크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테라바이트 구입을 위해 사용한 신용카드는 이미 한도를 초과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들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그 안에 얼마나 대단한 수익모델이 존재하는지 미쳐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불확실한 사업보다 박사과정을 마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래리는 검색 엔진을 상업적인 기업체가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사업구조로는 광고주인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검색엔진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구글을 팔기로 하고 스탠퍼드의 동문이자 야후의 설립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필로(David Filo)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알타비스타와 인포시크 등 다른 인터넷 기업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검색엔진은 아주 대단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 주니까요. 구글을 장착하면 귀사의 인터넷 포털은 그야말로 날라갈 겁니다. 우리의 노력과 구글의 가치를 감안하면 100만 불은 아주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두 사람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믿을 수 있습니까? 현재 구글의 시가총액은 5400억 달러로 당시 인터넷 1위 기업이었던 야후의 15배에 육박하고 있으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색엔진을 파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구글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문제가 수두룩했습니다. 넓은 사무실이 필요했고, 신용카드 빚도 갚아야 했죠.
<엔디 벡톨샤임. 출처 : gigaom.com>
두 사람은 스탠퍼드의 컴퓨터 교수이자 사업가로도 유명했던 데이비드 체리턴(David Cheriton)을 찾아가 자금 조달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체리턴 교수는 함께 사업을 하고 있던 사업가이자 엔젤 투자자인 엔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벡톨샤임의 예상과는 달리, 야심만만한 두 청년의 의욕적인 사업 계획서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무언가 대단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임을 벡톨샤임은 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논쟁을 하자면 말이 길어지겠군. 일단 투자하기로 하지” 라고 하며 선뜻 10만 불을 투자했습니다.
유명한 엔젤 투자자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에 1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한 사실은 대단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1997년 9월 15일 구글의 도메인이 등록되었고, 이듬해 9월 7일에는 법인이 등록되었습니다. 최초의 사무실은 세르게이 브린의 친구였던 수잔 보이치키*의 차고를 임대해서 초라하게 시작하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창고에서 시작된 구글의 탄생, 출처 : astrumpeople.com>
* 수잔 보이치키는 현재 구글의 유튜브 최고경영자이며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인 앤 보이치키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하버드대와 인텔 출신으로 구글의 16번째 직원이며,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16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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